6년차 개발자 해외취업 도전기 – 2. 지원하기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 지가 결정되었다면, 이제 지원서를 낼 차례다. 그 전에 영문으로 쓴 이력서가 필요하다. 좋은 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설명한 다른 좋은 글은 너무 많기에, 여기에는 링크만 몇 개 남겨도 충분할 것 같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는 채용 공고에서 언급하는 job description이 내 이력서와 잘 일치하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큰 테크 기업들의 이력서 필터링은 대부분 it 기술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리쿠르터들에 의해 이루어 지기에, 가능하면 이력서에 작성한 키워드와 JD에 있는 키워드를 일치시키는 것이 좋다.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 이름으로 LinkedIn을 검색하여 현재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참고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데이터 분석과 머신 러닝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와 관련한 경력을 많이 쌓지는 못했고 data warehousing과 백엔드 서버 개발이 주 업무였다. 하지만 추후 계속 이 방면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머신 러닝을 공부해서 실무에 적용시켜서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킨 이력을 강조했고, 포지션도 software engineer가 아닌 data engineer로 작성했다. 이렇게 포지션 명을 변경한 후로는 확실히 데이터 관련된 포지션에 대한 제안이 많이 왔고, data engineer 포지션도 하나 받았으니 – 아쉽게도 내가 원하던 machine learning engineer는 아니었지만 – 나름 커리어 체인지(?)가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예전에 수행했던 업무에서 구체적인 숫자들을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면 API를 개발할 때 100만 유저가 동접할 것이라고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당돌했던 것 같다) 가정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던 점, 매칭 알고리즘을 개선할 때 a/b test를 수행하여 기존 알고리즘과 accuracy 차이를 기억하고 있었던 점 등이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에는 “뫄뫄뫄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따따따 하는 서버를 개발함” 같은 밋밋한 표현보다 “뫄뫄뫄를 사용하여 따따따 하는 서버의 성능을 50% 향상시켰음” 처럼 나의 공헌(contribution)을 정량적으로 드러내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다.)

업무를 수행하고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했던 것들 – 어째서 이런 기술적인 판단을 내렸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 에 대한 디테일들을 까먹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이력서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런 면에서 LinkedIn이 아주 유용하다. 혼자서 이력서를 관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보는 눈이 없어서 루즈해지기 십상인데 링크드인은 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 위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언제든 온라인에 접속해 업데이트 할 수 있으며 필요시 pdf로 export 할 수도 있다. 언제나 치열하게 채용 중인 리쿠르터들의 연락은 덤이다. 한 1년 전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타이틀만 달아두고 거주지를 샌프란시스코로 바꾸면 하루에 열 통씩 메일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링크드인이 얼마나 치열한 채용의 현장인지 알 수 있다. 해외 취업을 꿈꾸고 있다면 개인적으로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력서는 당연히 영어로 작성해야겠지?

이력서를 혼자 작성해보고, 실제 미국 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아 추가적으로 수정했다. 대체적으로 이력서의 길이가 너무 길다 – 1페이지면 충분하고, 2페이지는 거의 보지 않으며, 3페이지는 너무 길다. – 는 의견이 많아 4~5년 이상 지난 경력은 한 줄로 짧게 정리하고 최근에 작업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일들이 돋보이게 했다. 사실 내가 5년 전에 뭘 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여튼 이렇게 작성한 이력서는 여기 있다. 공개하기 좀 부끄럽지만 어차피 내 이름으로 LinkedIn 검색하면 다 나올테니…

이렇게 이력서를 잘 작성했으면 지원을 하면 된다. 지원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 같다.

1. 리크루터를 통한 지원. 이력서를 (영어로) 잘 작성했고 LinkedIn의 상태를 ‘구직 중’으로 변경 해 두었다면 가끔 메일이 올 것이다. 리크루터의 메일에 감사합니다 하면서 답장하면 된다. 제일 쉽게 풀리는 케이스이고, 진입 장벽도 낮은 경우가 많다. 일단 리크루터가 먼저 연락했다는 것은 포지션과 내 경력이 어느정도 매치가 된다는 의미이니 이 경우는 거의 대부분 다음 단계인 폰 인터뷰로 넘어간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

2. 레퍼런스를 통한 지원. 해당 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그 분이 레퍼런스 (추천) 를 해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이라면 제일 이상적이겠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다행히 그런 관계가 아니라도 레퍼런스는 가능한 듯 하다. 내가 합격할 시에 추천해주신 분이 회사에서 추천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많기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 카카오에도 이런 경로가 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방법. 지인 버프로 문턱이 살짝 낮아지는 것 같다. (체감 상)

3. 회사의 공식 채용 사이트나 LinkedIn처럼 공개된 경로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 LinkedIn에 이력서를 작성해 두었다면 주기적으로 니 이력서에 이런이런 포지션이 맞을 것 같은데 지원해볼래? 묻는 메일이 오고, 작성해둔 이력서로 바로 지원도 가능하다. (해보지는 않았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큰 회사들은 대부분 자체 리크루팅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데 (뭐뭐뭐 jobs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안타깝게도 여기서 이력서를 넣어서 잘 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 하다. 나도 몇 군데 넣어보긴 했으나 성공률 0%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수천~수만개의 이력서가 들어올 테니 당연한 결과일 듯 하다. 정말 최후의 방법.

그 밖에 회사에서 캠퍼스로 리쿠르팅을 온다던지 (미국에선 꽤 흔한 취업경로인듯), 공개 채용 이벤트를 연다던지 하는 기회를 통해 지원해 볼 수도 있겠으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닌 듯 하다. 나는 몇 번의 인터뷰 기회를 모두 1번을 통해 얻었다. 중간에 인터뷰에서 떨어진다 해도 리크루터와 친분을 쌓아둔다면 재지원이 가능해지는 시기 쯤 다시 지원할 수도 있다. 물론 리크루터가 그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야겠지만. 여러분 LinkedIn 쓰세요. 두 번 쓰세요.